찰스 디킨스, 런던의 열정 천재 작가의 비결

와아,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이지 머리가 뜨끈뜨끈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책 제목: 찰스 디킨스, 런던의 열정] 이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분, 찰스 디킨스는 정말로 ‘열정’이라는 단어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거든요.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지치기도 하고 질리기도 했답니다.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미친 듯이 하더라고요. 글을 쓸 때도 뭔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몰아치고, 산책을 해도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누군가 시키지도 않은 자선 공연이나 사회 활동에서도 본업인 글쓰기만큼이나 열과 성을 다하는 걸 보면, 정말 에너지가 넘쳐도 이렇게 넘칠 수가 있나 싶어요. 주변 사람들을 보는 제가 다 기진맥진하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어요. 가족들과 겨우 휴가를 떠나 와이트섬에 갔을 때, 이 분이 뭘 했냐면요. 쉬지 않고 목수를 불러다가 부지 내 폭포를 개조하고 지속적으로 물이 쏟아지는 샤워장을 만들었다지 뭐예요. 휴가 가서 공사를 벌인 거죠! 게다가 그 와중에도 매일 새벽 두 시까지 글을 썼다고 하니, 하하.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집니다. 35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작품을 쏟아내면서 자식은 열 명이나 키워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넘사벽 캐릭터를 보는 맛이 이런 건가 싶어요.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천재 작가이지만, 흥미롭게도 그는 평생 돈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고도 늘 불안해했던 거죠. 예전에는 그의 사치나 퍼주기 좋아하는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디킨스는 타고나길 주변의 더럽고 힘든 것을 못 견디는, 지나치게 깔끔하고 배려심 넘치는 성격이었답니다. 아름답고 유쾌한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탓할 수는 없죠. 오히려 그 반대였다면 이상했을 거예요.

그는 자신의 생각대로 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일했고, 주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어요. 괜히 ‘가난한 이들의 친구’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더라고요. 문제는 등골 브레이커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는 점입니다. 부모님에 형제자매에, 처가 식구들까지... 평생 대체 몇 명을 먹여 살린 건지,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봐도 딱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이 아니라, 돈이 없으면 그 많은 사람과 자신의 가치를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또 다른 백미는 디킨스의 인간관계 묘사였어요.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분량 속에 그의 작품 세계나 걷기 중독 같은 흥미로운 사실도 많았지만, 포스터, 칼라일, 윌키 콜린스 같은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세상 죽이 잘 맞으면서도 작가 특유의 질투심과 긴장감이 감도는 우정 관계를 깔깔거리며 읽었답니다. 과연 작가들만큼 질투가 심한 족속도 없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죠.

저자가 디킨스 전기 작가답게 인물 묘사가 아주 훌륭해요. 디킨스는 물론이고 그의 주변 인물들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캐릭터를 가졌달까요. 책을 읽는 내내 제가 19세기 런던 거리를 디킨스와 함께 걷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엄청난 삶을 간접 체험하고 나니, 책을 덮고 나서도 뭔가 엄청난 일을 해내고 난 듯한 성취감이 몰려옵니다. 나같이 의욕 부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넘사벽 천재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가능성의 시야를 확 트이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천재 작가의 열정에 흠뻑 빠져보고 싶은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어요.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라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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