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계단, 채사장이 밟아온 지적 성장 여정기

채사장 작가님 이름만 들어도 벌써 뭔가 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 않으세요? 특히 지대넓얕으로 워낙 유명하셔서, 그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을 때 정말 궁금했었답니다. 이 책, 열한 계단은 단순한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지적인 성장을 이루어 온 그야말로 열한 걸음의 기록이에요.

저는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묘한 동질감과 동시에 엄청난 존경심을 느꼈어요. 우리 모두 어릴 적에 한 번쯤은 "나는 누구인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잖아요? 이 책은 작가님이 스스로 던진 그런 근원적인 질문들이 어떻게 문학, 종교, 철학, 과학, 예술 같은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며 해답을 찾아갔는지 보여주는 로드맵 같은 거죠.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지식을 통해 작가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어요.

특히 '열한 계단'이라는 제목처럼, 작가님이 무지(無知)의 상태에서 시작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과정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느껴져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학생이 어떻게 세상의 경계들을 넘나들며 사고의 폭을 넓혀 갔는지 말이에요. 문학에서 인간의 감정을 보고, 종교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탐구하고, 철학을 통해 사유의 구조를 배우고, 결국 과학과 예술로 시야를 확장하는 모습은 읽는 저에게도 간접적인 성장 경험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았어요.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너무 전문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거죠. 내 분야만 파고들면 최고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러다 보면 결국 큰 그림을 놓치고 세상의 부품처럼 되어버릴 수 있겠다는 경계심을 갖게 됩니다. 채사장님은 모든 분야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주체적인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결국 전체적인 관점, 즉 인문학적 사고가 필수적이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식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죠.

책 속에서 다루는 존재와 관계, 수학과 철학의 연결고리 같은 이야기는 정말 신선했어요. 예전에 제가 막연하게 "수학은 왜 존재하는 걸까?" 같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작가님은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철학적인 깊이까지 더해서 설명해 주시거든요. 그냥 지식으로 아는 것과,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또한 작가님이 군대 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언급했던 '신독(慎獨)' 같은 개념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삼가고 바르게 행동한다는 것. 요즘처럼 자기 PR과 개인주의가 강조되는 시대에,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관을 지키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 동시에 중요할까 생각하게 됐답니다. 이상적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던져보게 되더라고요.

결국 이 책 열한 계단은 우리에게 정답을 주려는 책이 아니에요. 오히려 독자들에게 스스로 열한 계단을 밟아보라고 권유하는 것 같아요. 삶과 죽음, 내면과 외부, 자아와 세계 같은 모든 경계들이 사실은 허상일 수도 있다는 작가님의 사유는, 읽는 내내 저의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늘 바쁘게 살아가느라 깊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저에게,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버스 종점까지 가보는 사유의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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