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플로팅 아일랜드 그 섬에 가보셨나요 관찰기

김려령 작가님 하면 당연히 많은 분들이 청소년 문학의 대표 주자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완득이나 우아한 거짓말 같은 작품들에서 보여준 통찰력과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은 늘 독자들을 매료시켜 왔어요. 이번 플로팅 아일랜드는 그림책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 안에 담긴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깊이는 여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의 주 무대인 부유도는 이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신비로운 섬입니다. 아빠 회사 신입사원의 추천으로 6박 7일 휴가를 떠난 강주네 가족이 이 섬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그런데 이 부유도가 정말 기묘해요. 가족이 처음 도착한 하리마을 쪽은 휴대전화도 안 터지고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황량한 모습인데, 언덕 하나를 넘어가면 갑자기 깔끔한 호텔과 공원, 트램이 다니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겁니다. 마치 얇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옥과 천국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이 부유도라는 공간 자체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했어요. 섬이 둥둥 떠다녀서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는 설정은, 외부의 시선이나 간섭 없이 내부의 규칙과 질서만으로 유지되는 폐쇄적인 공동체를 상징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서쪽은 시설이 좋고 외지인에게 공짜 숙박까지 제공하는 반면, 동쪽인 하리마을 사람들은 물고기도 못 잡고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명백한 차별과 계급 구조가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 섬을 떠날 수 없고, 떠나려 하면 배신자로 찍힌다는 사실이 너무나 먹먹하게 다가왔어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그들에게는 섬 밖으로 쫓겨나는 것 이상의 공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강주 가족은 외부인으로서 이 섬의 기이한 시스템을 목격하는 증인이 됩니다. 특히 강주가 하리마을 소년 초이를 만나면서 섬의 숨겨진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죠.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부유도는 아름다운 휴양지가 아니라, 권력과 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감옥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가족이 황금 명함을 들고 트램을 타고 섬을 구경할 때 초이와 초아를 데려가지만, 돌아오는 길에 겪는 정육점 아저씨의 노골적인 시선과 차별적 행동은 외지인이라는 이름 아래 이 가족이 얼마나 불편하고 위험한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그들의 환대가 진정한 환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작품 속에서 촌장이나 섬의 큰 어른들이 신의 말씀을 빌려 모든 결정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신의 말씀이 곧 민심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그것은 현존하는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였어요. 이런 식의 권위가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버텨야 하는 세상이 얼마나 팍팍한지 작가님은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강주 가족은 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계획했던 6박 7일을 채우지 못하고 3박 4일 만에 섬을 떠나게 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긴 3박 4일이었다는 강주의 독백이 이 모든 경험의 무게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독자는 강주 가족이 섬을 무사히 빠져나온 것에 안도하면서도, 하리마을에 남겨진 초이와 초아, 그리고 망부석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깊은 궁금증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이 겪는 차별과 부당함은 강주 가족이 떠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플로팅 아일랜드는 단순히 신나는 휴가 이야기를 기대했던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도 부유도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계층과 차별의 경계선은 없는지,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하리마을의 풍경은 없는지 말입니다. 겉은 동화처럼 예쁜 그림이지만 속은 매우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아주 멋진 책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이 버티는 세상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세상,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 꿈이 아닌 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더욱 강하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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