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어요. 바로 니시노 아키히로 작가의
굴뚝마을의 푸펠 이야기입니다.
굴뚝마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여서 하늘의 별조차 볼
수 없는 곳이래요.
마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연기만 봐왔기
때문에, 별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죠. 답답하지 않나요?
어둠과 연기에 익숙해져서 희망이나 꿈 같은 건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이야기예요.
쓰레기 괴물 푸펠과 작은 친구 루비치
할로윈 축제가 한창이던 어느 날, 하늘을
달리던 배달부가 실수로 떨어뜨린 심장이
쓰레기 더미와 만나서 쓰레기 인간, 바로
푸펠이 태어나게 됩니다.
축제 때는 사람들이 푸펠을 코스튬으로 오해해서
함께 어울렸지만, 분장을 벗은 후에는 모두
푸펠을 외면하고 욕했어요.
몸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와 흉측한 모습 때문이었죠.
냄새나고 볼품없는 쓰레기 괴물에게 누가 선뜻
다가가겠어요? 😔
그런데 그때, 온통 그을음투성이인 소년
루비치가 푸펠에게 다가옵니다. 남들이 놀리고 피하는
푸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유일한 친구였어요.
루비치는 푸펠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매일
씻겨주며 소중한 친구로 대해줍니다.
둘은 굴뚝 위에 올라앉아 루비치 아빠에게 들었다는
반짝이는 별 이야기도 나누곤 했대요.
푸펠은 그 별 이야기를 들으며 루비치의
꿈을 함께 꾸기 시작한 거죠.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정 아닌가요?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하지만 남들은 루비치가 푸펠과 어울리는 것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별이 없다는 마을의 정설에
도전하는 루비치의 말과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연기 너머에 별이 있다는 희망이나 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터무니없다고
치부했답니다.
결국 안토니오 일당 같은 아이들의 방해와
따가운 시선 때문에 루비치는 푸펠에게
잠시 떠나달라는 말을 전하게 됩니다.
친구에게조차 외면당한 푸펠은 다시
악취와 함께 망가진 모습으로 변해가요. 쓰레기
더미에서 온 존재인 만큼,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
다시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과정은 너무 슬펐답니다.
루비치가 겪는 고난도 만만치 않았어요. 아빠의
별 이야기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 했으니까요.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진실보다는 이미 익숙한
거짓 속에서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잖아요.
이 책은 바로 그런 편견과 두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
⭐ 빛을 향한 간절한 증명
그러던 어느 날, 엉망이 된 푸펠이
루비치를 찾아와 꼭 보여줄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처참했지만,
눈빛만은 강렬했어요.
푸펠은 자신을 처음으로 친구로 대해준 루비치의
꿈, 즉 연기 너머의 세상을 향한 믿음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생명도 아깝지 않게 여겼거든요.
그가 보여주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루비치 아빠가 했던 말이
진실임을 증명할 무언가였음은 틀림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아니라고 할 때,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실을 믿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큰
용기이자 축복 같아요.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다수가 믿는 것만 진실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도
들었죠.
굴뚝마을의 푸펠 이야기는 단순히 동화를 넘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획일화된 시선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나는 과연
루비치처럼 용기 있게 타인을 믿고 꿈을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곱씹게 됐어요. ✨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외칠 때에도, 서로를
믿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푸펠과
루비치의 우정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힘든
현실 속에서 다시 한번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어요.
어쩌면 연기 너머의 별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나, 포기해서는 안 될
우리의 꿈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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