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하종오 시집)
저자: 하종오
출판사: b
출간일: 20230224
소개: “세계시민으로서 전쟁과 폭력을 고발하는정치윤리적 성찰의 시”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전쟁으로 평가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에선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언으로 인해 공포와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만 1년이 되었다. 이 시점에 하종오 시인은 40번째 시집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을 펴내며 전쟁이 가져다준 폭력과 파괴를 고발한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제1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다루는 시들로, 제2부는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지 2년이 된 미얀마의 고통을 다루는 시들로, 제3부는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폭압 속에 놓인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담은 시들로, 제4부는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의 국가들로부터 탈주하고 있는 난민들의 삶을 다룬 시들로 구성되어, 모두 58편을 수록했다.하종오 시인의 이 시집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지구적 펜데믹으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혹은 권력 장악을 위해 벌이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시인의 절규와 통탄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쟁과 폭력에 대해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접근이 아닌 참상의 비참함과 심각성을 구체적인 시적 기술을 통해 래디컬하게 문학적 응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하종오식 리얼리즘시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가령, 표제시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는 “전쟁은 추상적인 그 무언가가 아니다. / 인간과 세계를 바꾸는 구체적인 사건이다. / 개개인이 겪는 전쟁 피해를 규명하는 작업도 구체적인 사건이다. / 정치외교적 담론으로 전쟁을 중계해선 안 된다.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알려야 한다. /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되는데, 이 말은 국내 일간지 특파원의 르포를 통해 전하는 우크라이나 여성 의원의 발언이다. 그 발언을 인용하여 적당한 행갈이를 통해 시적 표현으로 바꾼 것인데, 전쟁의 참화 한복판에 있는 우크라이나 여성 의원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한 시인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일치를 보여주는 대목은 압권이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류탄을 수출하고, / 아랍에미리트가 예멘에 수류탄을 제공하고, / (…) / 한국에서 만든 수류탄이 예멘에서 터져” 예멘인을 죽이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그렇게 돈을 벌면서도 예멘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무관심에 시인은 비탄하고, “우크라이나에 / 폴란드가 오래된 무기를 지원하고, / 폴란드에 새로운 무기를 판매하여 / 한국이 부강해지는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는 한국인들을 보며 시인은 통탄한다.(「무기 수출국」)또 “미얀마 시인 켓띠 씨가 죽었다고 / 군부에 끌려갔다가 / 장기가 적출된 채로 돌아왔다고 / 나는 강화에서 신문 기사를 읽”으며 “시인이라 해서 다 위대하지 않고 / 위대한 시인만이 위대하다고 / 미얀마 시인 켓띠 씨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위무를 하며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 나도 혁명을 꿈꾸었”다는 진술로 공명하고 있다.(「머리와 심장」)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불법 체류하며 번 돈을 / 민주화운동에 쓰이도록 보낸다는 이유로 / 미얀마 군부가 수배령을 내렸다는 당신들을 생각하면 / 내가 당신들의 이웃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며 시인은 강렬한 연대의식을 드러낸다.(「수배령」)
책의 깊이와 감동이 한데 어우러진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하종오 시집),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강간은 강간이다
저자: 조디 래피얼
출판사: 글항아리
출간일: 20161118
소개: 강간 피해 여성이 용기와 인내로 사건을 고발했을 때, 우리 사회는 강간범을 향해 범행 동기를 묻는 대신 피해자에게 왜 범죄 피해를 입었는가를 따지곤 한다. 왜 늦은 시간에 외출했으며, 어쩌다 술은 마셨고, 무엇 때문에 옷은 그렇게 입었는가. 어째서 남성을 따라갔고, 최선을 다해 저항하지 않았으며, 무슨 저의로 이제야 고발하는가. 그러고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판단한다. 그것은 강간이 아니라고.가해자의 심기를 건드려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피해자가 강간범의 요구에 응한다. 그러나 그 절박한 생존의 분투는 암묵적 동의로 둔갑된다. 가해자를 단죄하고 삶을 재건하는 과정에서조차 피해자는 역비난과 무지의 폭력이라는 2차 가해에 시달린다. 이러한 패턴은 과연 여성의 성적 자유를 위한 필요악이며, 오늘 이곳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여성 대상 범죄사건 전문 변호사이자 법학자인 저자는 강간 혐의를 받은 유명인을 비롯해 수많은 가해자의 범행과 사실 부정, 그를 생생히 증언하는 실제 피해자의 인터뷰, 다양한 연구 조사 및 의학적.법률적 기록에 대한 엄격하고 광범위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그것이 오랫동안 형태와 층위를 바꿔 반복돼온 현상임을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감정과 편향을 제거했을 때에도 여전히 강간은 강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탁월하게 논증해낸다.
매 페이지마다 감동이 넘치는 강간은 강간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