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언트 포에버, 언어 망각을 막는 비밀 - 실용서

요즘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신 분들이 참 많으시죠? 저도 그래요. 사실 살면서 영어든 일본어든 중국어든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뭔지 아세요? 그렇게 열심히 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싹 다 잊어버린다는 거죠.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달까요. 늘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아서 허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매번 이 망각의 고통 속에서 좌절하다가 우연히 오페라 가수 게이브리얼 와이너가 쓴 이 책, 플루언트 포에버를 접하게 되었어요. 와, 처음에 저자가 언어 공부의 신이라고 불린다는 말만 들었을 때는 그냥 언어에 타고난 사람이겠거니 싶었죠.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분도 치열한 노력과 함께 아주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원리를 적용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해요. 바로 망각을 이기는 거예요. 우리가 언어를 잊는 건 인간의 뇌 구조상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걸 막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는 거죠. 흔히들 단어 외울 때 종이에 수십 번씩 쓰거나, 한국어 뜻과 1대 1로 매칭시키는 방식을 쓰잖아요. 플루언트 포에버는 바로 그 방법을 지양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더라고요.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리 훈련이었어요. 보통 문법이나 단어부터 시작하는데, 저자는 일단 귀와 입을 훈련시켜서 그 언어의 소리 체계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해요. 원어민이 발음하는 걸 듣고 따라 하면서, 내가 구별할 수 없는 소리는 내가 발음할 수도 없다는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거죠. 마치 아기가 말을 배우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이 부분이 기존의 학습법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고,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핵심은 Spaced Repetition System, 즉 간격 반복 학습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예요. 이 시스템은 우리가 특정 정보를 잊어버릴 때쯤, 딱 그 시점에 다시 노출시켜서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죠. 이걸 외국어 학습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보통 암기할 때 이틀 후에 복습, 일주일 후에 복습 하는 식으로 시간 간격을 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 책은 그 주기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습니다.

단어를 외울 때도 단순히 단어와 모국어 뜻을 연결 짓지 않고, 이미지나 개인적인 기억, 감정과 연결하라고 조언해요. 예를 들어, 새로운 외국어 단어 하나를 외울 때도 그 단어의 발음, 그리고 그 단어가 의미하는 사물의 이미지를 직접 연결시키는 거죠. 중간에 모국어라는 번역 과정을 생략해버리는 방식이랄까요. 처음엔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몇 번 시도해보니 확실히 암기 속도가 빠르고 오래가더라고요. 머릿속에서 모국어의 개입 없이 바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 느낌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언어 학습이 단순히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쓰느냐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다음 날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해왔던 비효율적인 공부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탄탄한 로드맵을 제공해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언어 공부를 하다가 늘 중간에 포기하셨던 분들, 혹은 열심히 외워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망각 때문에 괴로워하셨던 분들에게 이 플루언트 포에버는 정말 새로운 빛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 배운 방법들을 하나씩 적용해보면서 언젠가 유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저를 상상해보며 오늘도 기분 좋게 학습을 시작해봅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언젠가 우리의 뇌가 언어를 영원히 기억하게 되는 그날까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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