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전 다시 읽기가 유행이잖아요. 동양 고전 중에서도 논어는 정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논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죠. 학창 시절 억지로 외웠던 기억만 남아있달까요? 저만 그런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공자와 논어 하면 엄격함, 예의범절, 권위 같은 단어를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이 책,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를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공자와 다시 인사하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잖아요. 공자에게는 닌하오, 즉 환영의 인사를 건네고 논어에게는 짜이찌엔, 잠시 작별을 고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이건 저자가 수천 년간 쌓인 논어에 대한 고정관념과 권위주의적인 해석을 벗겨내고, 덧칠되지 않은 공자의 참모습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졌어요.

저자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이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논어는 공자 사후 수많은 해석과 권위, 특히 지배층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덧칠된 결과물이라는 거죠. 원래 공자가 했던 말의 맥락이나 그의 진정한 의도는 사라지고, 오직 유교적인 틀에 갇힌 교조적인 경전으로 변질된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 덧칠된 논어를 잠시 내려놓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공자의 모습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게 정말 매력적인 지점이었어요. 기존의 해석이 아닌, 인본주의자이자 때로는 고뇌하고 좌절했던 인간 공자의 모습을 만나게 해주는 거예요.

책을 읽다 보면 공자가 단순히 예의범절이나 계급 질서만을 강조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그의 핵심이었죠. 특히 인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착함이나 도덕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인간적인 정이나 연결성으로 풀어내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기계발서나 심리학 책에서 다루는 관계의 중요성을 이미 수천 년 전에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물론 아주 깊이가 다르지만요.

저자의 문체가 딱딱하지 않고 술술 읽힙니다. 마치 지적인 친구와 함께 공자에 대해 수다를 떠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중간중간 현대 사회의 문제나 우리 일상생활에 빗대어 설명해주는 부분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어요. 예를 들어 군자의 모습이나 소인의 모습 같은 것도 직장 상사나 사회 구성원의 모습에 대입해서 설명해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던 논어의 구절들이 사실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구나, 하는 지점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들이 꽤 많았어요. 논어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겠어요. 고전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논어를 처음 접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기존의 논어 해석에 염증을 느꼈거나 좀 더 깊이 있는 시각을 원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고리타분한 유교 경전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현자의 깊은 통찰을 만나는 기회가 될 거예요. 결국 공자가 던진 화두는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으니까요.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이별과 만남의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진짜 공자를 만나게 됩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요.